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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HE BEAUTY OF MATERIALS

석공은 무겁고 단단한 돌을 오랜 시간 깎아 영혼을 불어넣는다. 이런 긴 시간의 작업에 매료된 디자이너들이 있다. 톰 딕슨은 인도의 석공들에게서, 아이레스와 빅토르 메디나는 멕시코의 석공에게서 영감을 받아 하나의 오브제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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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가진 성질의 감성이 있다. 주로 건축이나 가구에서 이런 소재의 감성을 많이 이용한다. 네임리스 건축의 나은중, 유소래 소장은 ‘옹느세자매’라는 카페를 꾸미면서 패브릭 소재를 활용했는데, 천을 천장에 매달아 바람에 나부끼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천을 쌓아 독특한 감성의 소파를 만들기도 했다. 넓은 공간에 매달린 커다란 패브릭이 중력의 힘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바람이나 사람의 움직임에 의해 살랑살랑 나부끼는 광경은 아주 여유롭고 따뜻한 풍경이다. 반면 커다란 철제문이나 콘크리트 벽면이 주는 무게감이 있다. 하지만 같은 무게감이라도 두 소재의 감성은 전혀 다르다. 디자이너 톰 딕슨도 이처럼 소재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디자인하면서 정한 기본 소재들이 있다. 대리석과 목재, 플라스틱, 유리, 철, 황동, 구리이다. 유명한 그의 출세작이자 철제 뼈대를 사용한 S의자나 유리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미러볼 펜던트 조명이 그렇다. 오토바이 튜닝을 하면서 익힌 용접 기술로 폐차장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소품을 만들었던 그이기에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작업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을 때 이런 각각의 소재에 대해 자신의 원칙을 정하고 이를 끊임없이 재해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시즌 선보인 ‘락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그는 대리석을 사용한 테이블이나 캔들 등을 꾸준히 제작했다. 이번 락 컬렉션은 톰 딕슨이 인도를 여행하면서 얻은 영감이 투영된 디자인이다. 라자스탄과 아그라의 석공들이 대리석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자신의 새로운 디자인에 적용했다. 돌아가는 원형 틀에 대리석을 끼우고 깎아나가며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녹색이 감도는 인도의 천연 대리석을 가지고 블록처럼 쌓을 수 있는 간단한 모양이지만 홈을 파서 디자인과 소재의 질감에 변주를 줬다. 대리석의 매끈하면서도 돌이 가진 거친 느낌을 살려낸 것이다. 이를 통해 대리석 플레이트와 3kg의 덤벨, 티라이트, 캔들홀더를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이름 붙여진 용도대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테이블 위에서 하나의 오브제로 작용한다. 몇 개를 모아하서 나열하거나 쌓아만 두어도 일종의 조형물이 된다. 톰 딕슨은 이번 컬렉션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바위는 자연 그대로의 독특함을 보여준다.” 바로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인 오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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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아문도의 화강암 컬렉션으로 ATA의 빅토르 메디나가 디자인 한 화병. 푸에블라의 소재를 이용해 지역 장인이 제작했다. 일정하지 않지만 부드러운 선이 감성을 자극하다. 2 유카탄 반도의 장인이 만든 매끄러운 원목 뚜껑은 멕시코 전통 음식인 타코나 토티아를 촉촉하 게 보관하기 위한 용도다. 3 커다란 원형 그릇의 독특한 외관은 멕시 코의 역사와 전통을 재해석했다. 

 

보스코 소디(Bosco Sodi)는 멕시코시티 출생의 현대미술 작가로 지난해 미국의 유명 갤러리인 폴 캐스민 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다. 이 전시를 위해 작업한 그의 작품은 언뜻 보면 붉은 거대한 단색화나 사막을 위에서 촬영한 위성사진처럼 보인다. 자신의 고향인 멕시코 남서부에서 자주 본 사막이나 화산암을 톱밥과 천연섬유 등을 혼합한 안료로 질감이 살아나게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는 화산 마그마를 건조한 조형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보스코 소디처럼 멕시코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멕시코 화산대는 멕시코에서 자란 이들에게 오랫동안 큰 영향을 끼쳤다. 고대부터 화산암을 이용한 석상이나 조형물을 제작했다. 특히 가정에서 쓰이는 그릇의 소재로 흔히 사용됐다. 이런 감성은 여전히 멕시코 곳곳에 남아 있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트 디자이너이자 비주얼 디렉터로 활동한 카트린 슈미디거 토레스(Kathrin Schmidiger Torres)는 2008년 멕시코를 처음 여행하면서 멕시코의 그런 건축물과 디자인에 매료됐다. 그리고 2015년 피아문도(Piamundo)라는 홈 오브제를 제작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사람의 공간을 둘러싼 오브제들이 일상의 영혼을 쓰다듬어줄 거라는 믿음에서였다. 그리고 멕시코의 장인과 예술가, 디자이너를 연결하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멕시코의 전통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이를 요즘에 걸맞은 새로운 형태로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올해 이러한 결실을 선보였는데 바로 ‘화산암 컬렉션(Volcanic Rock Collection)’이다. 멕시코에서 간식으로 흔히 먹는 아보카도, 옥수수를 담는 그릇이나 푸에블라(Puebla) 지역에서 나오는 석재를 조각한 화병, 캔들홀더 같은 제품들이다. 그릇은 아이레스(Ayres)라는 공예 스튜디오가, 일반 가정용품은 ATA의 빅토르 메디나(Victor Medina)가 디자인했다. 아이레스는 멕시코와 히스패닉 문화에 영감을 얻어 제품을 현대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곳이다. 텍스타일 디자인을 공부한 카림 몰리나와 산업 디자이너인 호아 발데즈(Joa Valdez)의 협업으로 작업이 이뤄지는데, 멕시코 여러 지역의 소재를 가지고 공간의 목적과 이야기를 풀어낸다. <포브스>는 이들을 가장 창의적인 멕시코인으로 꼽기도 했다. 아이레스는 피아문도의 화강암 컬렉션을 위해 사각형 손잡이가 달린 얕은 원형 접시와 대형 원형 접시, 뚜껑이 있는 원형 접시를 멕시코의 장인들과 함께 제작했다. 이 접시들은 과일 그릇으로 사용하거나 테이블 위의 오브제 기능도 겸한다. 모든 접시는 위에서부터 비스듬하게 안쪽으로 깊어져 마치 초승달 같은 그림자가 거친 화강암 위로 드리운다. 트살람 우드(Tzalam Wood)로 만든 뚜껑은 마야 문명이 번성했던 유카탄 반도의 장인이 제작했다. 이 나무 뚜껑은 타코나 토르티야를 따뜻하고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한 용도다. ATA의 빅토르 메디나가 디자인한 화병이나 오브제로 쓰기 위한 제품은 이 석재가 생산되는 푸에블라의 장인과 함께 작업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석재가 가진 독특한 질감을 강조하기 위해 조금씩 다른 형태로 디자인됐는데, 단순하지만 이채롭고 유려한 곡선을 보여주거나 모서리를 깎거나 쌓아서 블록 같은 화병을 완성했다.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죠. 멕시코의 프리-히스패닉(Pre-Hispanic)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카트린 슈미디거 토레스의 화강암 컬렉션에 대한 설명이다. 오랜 시간 쌓인 소재에 대한 이해와 거기에 더해진 현대적인 감성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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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아이레스(www.ayresmx.com), 톰 딕슨(www.tomdixon.net), 피아문도(www.piamundo.com)


EDITOR  AHN SANG HO

출처 헤리티지뮤인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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