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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 BEETLE!

폭스바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비틀을 만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 알다시피, 내년에 나올 비틀 파이널 에디션을 끝으로 생산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 70년간 폭스바겐의 아이콘이자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던 귀여운 차가 사라지는 마당에 작별 인사 정도는 해야 예의 아닐까. 짧게나마 딱정벌레 차 비틀의 역사를 회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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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타입 비틀 V3 (1936년, 레플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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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타입 1(1946년)의 헤드램프는 차의 생김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프로토타입이던 V3에서는 여전히 차체 바깥에 돌출형으로 설치돼 있었지만 양산 모델인 비틀에는 보닛에 쏙 들어갔다. 당시 자동차 램프에 쓸 수 있는 전압이 6볼트에 그쳤던 것이 주효했다. 요즘 차와 비교하면 턱없이 약한 밝기다. 당시 비틀은 약한 전압을 보완하기 위해 등대처럼 정면을 바라보게 헤드램프를 세웠다. 1960년부터는 헤드램프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확산렌즈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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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첼 비틀(195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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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전기 시스템이 12볼트로 올라간 것은 비틀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에 따라 헤드램프의 위치도 바뀌었다. 헤드램프를 조금씩 눕힐 수 있었던 것. 이때부터 오늘날 볼 수 있는 비틀의 형태가 조금씩 갖춰졌다. 1969년에는 폭스바겐이 할로겐 램프를 도입함에 따라 비틀 역시 1971년부터 더 강한 광량을 가진 H4 헤드램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폭스바겐에서 성공한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는 비틀은 양산차로는 최초로 할로겐 조명을 적용해 빛을 비추는 거리가 이전 대비 두 배에 이르고 모양도 더욱 둥그렇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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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 1300(196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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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헤드램프는 비틀만의 친근한 이미지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흥미로운 건 지난 70년간 이 귀여운 모양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는 것. 뒤로 눕거나 정면을 바라보며 똑바로 서거나 하는 정도의 변화만 꾀했을 뿐이다. 충격에 약한 유리로 만든 헤드램프가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바뀐 것도 불과 20년 전 일이다. CAD의 발달로 디자이너들이 실물을 제작하지 않아도 가상의 헤드램프를 자유자재로 차에 이식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즈음이다. 내년에 출시할 2019 비틀 파이널 에디션은 바이제논 헤드라이트와 LED 데이라이트와 테일라이트를 갖췄다. 하지만 형태는 70년 전과 마찬가지로 동그랗다. 최신 기술과 상징적인 디자인의 조화를 끝까지 유지한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폭스바겐은 국민차라는 뜻의 독일어다. 1937년 독일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크에 세워진 독일 자동차 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폭스바겐이란 단어가 처음 쓰인 것은 1934년 독일 수상이었던 아돌프 히틀러가 국가 발전을 위해 세운 하나의 프로젝트에서였다. 그리고 그것이 곧 비틀의 시작이기도 하다. ‘독일 국민을 위해 가격은 1000마르크 미만이어야 하고, 어른 둘과 아이 셋을 태우고 시속 100km까지 거침없이 달릴 수 있으며 연비가 14km/L 이상 나올 것’이라는 히틀러의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차가 비틀, 즉 폭스바겐이었다. 이 비틀을 개발한 이는 포르쉐의 창립자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다. 하지만 비틀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타입 1이 나왔을 때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가운데에 있었다. 비틀의 개발은 중단됐다. 국민차라는 원대한 뜻을 펴기도 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비틀이 ‘대박’ 조짐을 보인 것은 전쟁이 끝난 뒤 1949년이었다. 프로토타입이 나온 뒤 10년이 넘었지만 기술 발달 등에서 전쟁 전에 포르쉐 박사가 이뤄놓은 것과 큰 차이가 없던 비틀의 시작은 시끄럽고 투박했다. 하지만 내구성만큼은 탁월하다는 점이 북미 시장에 크게 어필했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행운까지 겹치며 1968년 한 해에만 42만 대 넘게 팔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독특한 생김새 덕에 히피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비틀의 주가를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SUV 바람이 불면서 비틀의 인기는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고 급기야 2003년에는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신형 비틀을 내놓았지만 인기는 예전만 못했다. 북미 시장에서 시작한 대박 바람의 마무리도 같은 곳에서 이뤄졌다. 폭스바겐의 북미 법인장이 단종을 선언한 것. 하지만 15년 전에도 단종을 선언했다 다시 내놓은 것처럼 영원한 끝은 아니라며 확실한 마침표를 찍진 않았다. 폭스바겐 그룹이 모든 라인업을 전동화할 계획을 세운 만큼 만약 비틀이 다시 시장에 나온다면 분명 전기차의 모습이 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관심은, 그럼에도 아이코닉한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얼마 전 비틀의 단종을 앞두고 폭스바겐 홈페이지에 재미있는 글 하나가 올라왔다. 포르쉐 박사가 개발한 비틀이 지금까지 거의 원형에 가깝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후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설명한 것. 내연기관 차를 개발한 이후 수십 년간 자동차 헤드램프는 둥그런 전구를 막대기에 달아 라디에이터 그릴 옆에 매단 형태였다. 그랬던 것이 엔진 보닛으로 들어간 건 대량생산 체제가 자리 잡히고 차 크기가 작아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헤드램프의 생김새와 크기 그리고 배치는 자동차 제조사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에디터 이재림

출처 루엘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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