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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二次

가히 서울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 오너들. 최근 딴살림을 차렸다는 소식에 새로운 공간을 찾아가 이것저것 캐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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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장82

마서우 & 이수영 (볼트+82 대표)

리마장82는 어떤 공간인가? 차이니스 다이닝 바다. 글래드라이브 호텔 내에 위치한 바 겸 레스토랑으로, 특정한 상상에서 출발한 컨셉트를 갖고 있다. ‘세계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면 오늘날의 바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 인테리어부터 음식, 술, 음악까지 모두 그 컨셉트에 부합한다.

생소한 컨셉트다. 영감을 얻은 곳이 있다면? 실존하는 바나 레스토랑을 참고한 건 아니고,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영감을 얻긴 했다. 분명 서구가 배경인데, 어느 장면을 보니 사람들이 길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 거다. 그게 썩 좋은 생각처럼 느껴졌다. 바에서 국물 음식도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고, 위스키든 샴페인이든 바이주든 뭘 곁들여도 되고. 족보는 없지만 다양성이 있으니 더 재미있지 않을까 했다.

상하이나 홍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콜로니얼 스타일’ 바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 과거의 특정 양식을 구현한 것이 아니라 ‘레트로 퓨처’에 기반을 둔 컨셉트다. 과거의 시점에서 상상한 미래인 셈이다. 특히 음식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리마장82는 두 구역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공간에서 프렌치 셰프가 재해석한 중식과 아메리칸 차이니스를 맛볼 수 있다.

중식을 각각 다른 두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인접해 있는 것치곤 중국 음식의 폭이 좁고 획일화되어 있는 편이다. 그런데 요 몇 년간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 같다. 대만 음식점도 많이 생기고, 마라, 향라, 고수에 대한 거부감도 점점 줄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생각했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베이징덕, 쓰촨 요리, 딤섬, 그런 건 빼어난 기술을 가진 분들이 더 잘 해나갈 테니, 우리는 경우의 수를 더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다양성의 한 축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 향신료에 대해 리마장82는 어떤 접근법을 갖고 있나? 음식은 프렌치와 아메리칸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중화하는 대신, 칵테일에 오향을 가미했다. 클래식 칵테일도 트위스트해서 동양적인 맛을 좀 가미했고, 물론 바이주도 갖추고 있다. 100종 정도니 꽤 폭넓은 편이다.

글래드라이브 호텔이라는 입지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호텔 바’라는 환경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클럽과는 다른, 다이닝을 하면서 바도 즐기고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말을 걸 수 있는 공간이랄까?

음악도 특이하다. 1960년대 힙합, 소울부터 최신곡, 중국 전통 음악을 연상케 하는 곡까지 망라한다. 어느 날 우탱 클랜의 음악을 듣는데 그들 특유의 동양적 색채가 새로운 영감으로 느껴졌다. 사실 우리가 성장할 때에는 그런 음악이 가장 신나는 음악이었잖은가. 이젠 딱히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으니 시도해보고 싶었다. 아직 플레이 리스트는 정리 중이다.

생소한 컨셉트다 보니 처음 온 사람은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메뉴를 추천해줄 수 있을까? 장뇌삼을 곁들인 마라감바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메뉴지만 반응도 제일 좋다. 남성끼리 온다면 괜찮은 바이주를 곁들여도 좋을 것 같고, 좀 매운 편이니 여성이라면 칼루아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인 맛차라테를 같이 마시면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도 특기할 만한 칵테일이 있을까? 재미있는 룰을 가진 칵테일이 있다. 새 모양 잔에 나가는 ‘노라조’라는 칵테일인데, 여자 손님만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주문은 남자 손님만 할 수 있다. 이런 빌미라도 만들어놓으면 그나마 말이라도 걸어볼 용기를 내기 쉽지 않을까 하고 기획한 것이다.

무엇을 기대하고 오면 리마장82에 만족할 수 있을까? 화려한 금요일을 기대한다면 누구라도 만족할 것 같다. 그게 어떤 형태의 화려함이든. 왜 다 함께 놀러 가도 추구하는 즐거움은 각자 다르지 않은가. 어떤 사람은 맛있는 걸 먹고 싶어 하고, 또 누군가는 바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하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고. 리마장82는 한 공간에서 그 모든 걸 다 충족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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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684

은광표 (까사델비노 대표)

까사684는 어떤 공간인가? 캐주얼 와인바다. 정확히는 캐주얼하면서도 아지트 같은 분위기를 내는 바. 막다른 골목 지하에 숨어 있어 일부러 찾아 들어와야 하는데, 들어서면 길쭉한 바 테이블에 스무 명도 넘는 사람이 한 줄로 앉아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15년 넘게 이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까사델비노는 지점 안 내나요?” 나는 본래 한 가지에 집중해서 제대로 하자는 주의였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니 조금씩 생각이 바뀌더라. 만에 하나 내가 더 이상 일을 못 하게 되면 까사델비노라는 브랜드가 사라지는 셈이니 그 부분이 아쉬운 것이다. 내 자신을 위해서나 와인업계를 위해서나 브랜드 모델을 하나 만들자고 생각했고, 고심 끝에 나온 게 까사684다.

까사델비노의 동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까사델비노와 같은 컨셉트의 가게로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거긴 내 존재가 큰 바인데 내 몸이 두 개는 아니니까. 그래서 브랜드는 가져가되 좀 더 캐주얼하고 대중적인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까사델비노는 와인 리스트가 너무 많기도 하고, 와인을 잘 모르면 주눅 들 것 같은 분위기도 없잖아 있을 테니까.

까사델비노도 와인값이 합리적이기로 유명했다. 까사684는 한술 더 뜬다. 와인은 가격 폭이 어마어마하게 넓은 주류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술도 와인이지만 가장 싼 술도 와인이다. 좋은 눈으로 잘 고르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이 저렴한 와인 위주로 구비해놓았는데, 최근에는 비싼 것도 좀 갖춰놓긴 했다. ‘까사델비노 분점’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이 밸류 와인밖에 없냐고 불평해서.

입지를 한남동으로 택한 이유는 뭘까? 여기가 거리상으로는 이태원에 가깝지만 문화는 한남동에 좀 더 가깝다. 해밀톤 호텔 주변부터 제일기획까지는 어마어마한 인파에 시끄럽고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홍콩 란콰이퐁을 방불케하는 분위기이지 않은가. 물론 그것도 멋있긴 한데, 어쨌든 제일기획부터 한남오거리에 이르는 이쪽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태원의 분위기가 감돌면서도 좀 더 우아한 느낌이 있다.

인테리어도 이태원과는 거리가 멀다. 고민을 많이 했다. ‘한번 마음먹고 재미나게 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그렇게 만들면 내 마음에 안 찰 것 같았다. 요즘엔 목욕탕으로 쓰던 건물에 파스타집을 차리고, 건물 벽을 일부러 망치로 때려 깎아서 카페를 만들기도 하지 않나. 그것도 재미있는 트렌드이긴 한데, 내 스타일과는 안 맞는다. 그래서 까사델비노의 인테리어 DNA를 고스란히 이식하기로 했다. 어쨌든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위생과 안전이니까.

까사델비노가 처음 생겼을 때, ‘와인바가 아닌 레스토랑이 경쟁 상대’라고 말했다. 그만큼 음식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뜻이었다. 까사684의 기조는 좀 다른 것 같다. 그 얘기를 했을 때가 2001년이다. 까사델비노 오픈 직전. 당시만 해도 음식을 잘 갖춰놓는 와인바를 찾기가 힘들었으니, 어쩌면 까사델비노가 업계 변화에 일조한 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반대로, 까사684에서는 셰프가 없는 와인바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셰프가 있으면 주방 공간으로 최소 4분의 1을 할애해야 하고 주방 직원도 최소 두 명이 필요하니 운영 비용도 훌쩍 올라가니까. 그렇다고 와인만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릴 머신으로 구운 채소, 샤퀴테리, 올리브오일에 절인 선드라이드 토마토 같은 메뉴를 개발했다.

무엇을 기대하고 오면 까사684에 만족할 수 있을까? 까사델비노의 분위기는 ‘퍼블릭’이다. 처음엔 까사684도 그런 분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픈해놓고 보니까 점점 의도치 않게 ‘프라이빗’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찾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따르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니 까사델비노의 느낌을 좀 더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와인바, 그런 느낌을 기대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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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못

권가연 & 이관호 (물결, 서울털보 대표)

깊은못은 어떤 공간인가? 물결(대표 권가연)과 서울털보(대표 이관호)에서 플리마켓이나 이벤트 같은 걸 많이 했다. 하지만 늘 공간 제약에 시달렸다. 좀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었고 플리마켓의 일부를 상시로 갖춰 편집숍도 운영하고 싶었다. 그래서 깊은못은 명목상 카페 겸 바지만,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어떤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을까? 지금도 전시가 진행 중이다. 5층에 걸린 그림들은 모두 전시품이다. 플리마켓도 해오던 대로 매달 진행할 예정이며, 10월부터 편집숍 운영도 시작한다. 이관호 대표가 음악에 관심이 많다 보니 공연도 기획 중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같은, 작고 따뜻한 느낌의 공연을 생각하고 있다. 사실 근방이 주택가인데다 설비도 만만치 않아 실현은 미지수지만.

지나가다 발견하고 들어오기는 힘든 공간이다. 계단으로 4층까지 올라와야 하는데, 건물 입구에 ‘깊은못’이라 쓰인 작은 종이가 붙어 있을 뿐이다. 요즘 을지로에 간판을 달지 않는 게 유행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우리가 그런 트렌드를 좇은 건 아니다. 다른 층과의 협의 문제로 못 단 것뿐이다. 뭐 간판이 워낙 비싸기도 하고.

을지로의 어느 바에서 ‘을지로식 스피크 이지’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다. 컨셉트로 숨은 게 아니라, 여건에 맞추려다 보니 깊숙한 공간에 작은 간판을 달고 시작하게 된다는 얘기였다. 청년들이 자본 없이 시작하는 공간이 많으니까. 그리고 요즘은 간판이 없어도 어떻게든 유지가 되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물결도 고층이니 계속 간판 제작을 고려했었다. 하지만 사실 낮에 그 부근을 다니는 사람 중에 물결에 올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손님 대부분이 SNS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었다. 생각해보니 딱히 간판을 달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물결과 서울털보는 비슷한 듯 꽤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다. 깊은못의 컨셉트는 어떻게 조율했을까? 둘은 공통분모가 전혀 없다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두 대표가 좋아하는 게 워낙 다르다. 잘못 섞었다간 정말 이상한 가게가 나올 것 같아서, 권가인 대표가 전체적 디렉팅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안에 무리 없이 섞일 요소, 이를테면 가구 같은 요소에 서울털보의 느낌을 넣은 것이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가구의 느낌도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깊은못의 가구들은 ‘가정에서 사용할 법한 가구’에 주안점을 두고 골랐다.

익히 접하지 못한 공간과 구조에서 오는 생경함이 깊은못의 분위기에 크게 일조하는 것 같다. 원래 뭘 하던 곳이었나? 인쇄소였다. 오래된 건물인 데다 내력벽(건물을 지지하는 기둥형 벽)이 많아서 구조를 그대로 남길 수밖에 없는데, 사실 구조를 바꿀 생각이 없기도 했다. 처음부터 이런 공간 구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거라서.

메뉴가 폭넓다. 처음 온 사람들은 뭘 시켜보면 좋을까? 바나나빵과 아인슈페너가 시그너처다. 딱히 우리가 정한 건 아니고, 그게 제일 인기가 많아서다. 물결에서 그랬다시피 와인도 직접 마셔본 것 중 저렴하면서 맛있는 것들로만 골랐는데, 오픈 이벤트로 와인 세트도 갖추고 있다.

럼 깊은못이 가장 자랑하는 건 뭘까? 커피 맛? 와인 리스트? 디저트 메뉴? 분위기. 그리고… 고생. 하긴 고생은 손님 입장에서는 안 보이려나. 아, 그리고 일본의 유명 공방에서 사온 식기를 사용한다. 공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부 요소요소나 식기에서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을 기대하고 오면 깊은못에 만족할 수 있을까? 깊은못은 물결과 서울털보의 연장선에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둘 다 손님이 많으면 꽤 시끄러워지는 곳인데, 깊은못은 시종 차분하다. 붐빌 때에도 사람들 목소리가 커지지 않는다. 그러니 편히 쉬다 가는 공간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너무 ‘핫’한 공간 말고. 물론 장사가 잘되면 좋겠지만 그런 가게를 운영하기엔 두 대표 다 너무 ‘멘탈’이 약하니까 말이다. 

 

 


에디터 오성윤

포토그래퍼 송형근

출처 루엘 2018년 10월호

본 기사를 블로그, 개인홈페이지 등에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기사를 재편집하여 올릴 경우 발생되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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