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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WRITER'S DESK

소설가 존 업다이크는 작가의 책상을 ‘문학 행위의 정사 현장’에 은유했다. 포토저널리스트 질 크레멘츠가 30여 년 동안 작가들의 내밀한 사적 공간을 가가호호 방문하며 완성한 이 진기한 초상사진 컬렉션은 그런 의미에서 단연 ‘19금’이다. 해외에서 절판된 지 오래인 그의 포토 에세이 <작가의 책상>이 마치 병 속에 든 편지처럼, 우연과 필연을 거쳐 조금 늦게 우리 곁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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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림턴 George Plimton 1927~2003

“가끔 내가 완전히 잘못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진 액자들과 이런저런 기념품, 몽당연필로 가득 찬 트로피 컵, 외국 돈을 모아둔 박스,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어 스타디움 모형, 마사이 인형, 양철로 된 서아프리카의 전통악기, 놋쇠 메가폰, 여러 개의 문진, 고장 난 시계, 짝이 안 맞는 열쇠를 모아둔 접시 등등. 너무도 산만해서 정작 일하기 위해 작은 패드 하나조차 놔둘 공간이 없다. 반면에 연필깎이처럼 쓸모 있는 것들은 눈 씻고 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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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Susan Sontag 1933~2004

“시작하기’는 어느 면에서 ‘미루기’와 같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일부러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곤 한다. 일종의 예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이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불안해진다. 글을 쓰지 않고 있다는 죄책감이랄까. (…) 그리고 미루고 미루다가 마침내 뛰어들고 나면 일 이외에 다른 것에는 일절 신경 쓰지 않는다. 외출은커녕 먹고 자는 일마저 한참 동안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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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버클리 주니어 William F. Buckley Jr. 1925~2008

“이 차는 꽤 크다. 지금도 기억나지만 텍사캐나(Texakana)의 차고 관리인이 내게 얼마나 길어야 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정확한 수치를 댈 수 없었다. 그래서 앉아 있던 책상 의자에서 그냥 다리를 쭉 뻗어 보이며 표준 사이즈보다 2피트 정도 더 길면 좋겠다고 했다. (…)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의 글쓰기는 이 자동차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늘 그렇듯이 딕터폰(Dictaphone 속기용 녹음기)을 켜서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부터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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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Stephen King 1947~

“중요한 작업은 오전에 세 시간쯤 집중해서 해치우는 편이다. 오후에는 주로 ‘장난감 트럭’을 갖고 논다. 장난감 트럭이란 내가 붙인 이름인데, 꼭 소설이 되지는 않더라도 막상 작업하기에는 재미있는 그런 스토리를 말한다. (…) 작업한 페이지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죄다 뒤집힐 게 뻔하다. (…) 나는 살라미 작가(salami writer 소시지를 조금씩 잘라나가는 ‘살라미 자르기’처럼 쓰는 작가)다. 글을 쓸 때는 물론 좋은 살라미를 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살라미는 살라미다. 그걸 캐비아로 내다 팔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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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체임버스 Veronica Chambers

“나는 브루클린의 삼 층짜리 계단식 빌딩 꼭대기 층에 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별 탈 없이 지낸다. 언젠가 친구 하나가 날 보더니 꼭 고양이 같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유인즉 내가 틈만 나면 높이 기어 올라가서 눈 아래 보이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여왕처럼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엄마의 소녀 Mama’s Girl>를 쓸 때 가끔씩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나의 가족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에 특히 엄마에 대해 글을 쓰려면 가능한 한 높은 횃대와 같은 장소가 필요했었다. (…) 그래서 그때마다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있을 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아파트의 다락방이나 적갈색 집의 지붕 밑, 심지어 주방의 조리대도 마다하지 않았다.”
 

 


에디터 강보라

Photograph ⓒJill Krementz

출처 루엘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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