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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즐거운 나의 집

한 눈에 보기에도 멋들어진 집 다섯 채, 그리고 그 집을 지은 건축가 9인이 말하는 ‘내가 사랑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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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집1-만화리카노
경북 울주군 두동면  

김성률(리을도랑)

건축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건축가는 건축으로 대화를 한다. 이란 영화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관객에게 답을 주는 영화는 극장에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상영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건축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집을 다 지은 후 질문을 던지는 건축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한 프로젝트가 ‘보통의 집1-만화리카노’다. ‘만화리카노’라는 집 이름 앞에 보통의 집이라고 덧붙인 것은 ‘보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고유명사로서 인식하고 있는 집의 형태는 박공지붕의 모습이다. 그것을 뒤집어 생각했다. 다시 말해 먼저 박스 형태를 만들고 비워내는 방법을 통해 평범한 언어로 반대의 독특함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즉 ‘보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의도하고 그 평범함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길 기대한 것이 ‘만화리카노’다. 기본적인 집의 기능은 남겨진 네모박스 안에서 이루어지게 하고, 비워진 박공 형태의 공간은 집으로 들어가는 시퀀스의 하나가 되게 했다. 그리고 그곳에 볕뉘를 내려 시간에 따라 공간의 느낌도 변화시키고자 했다. 박공의 비워진 공간은 볕뉘로 인해 시간에 맡겨진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변화하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처마. 건축주가 의뢰할 당시 초울트라 슈퍼 파고라를 만들어달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처마 아래 공간을 가장 중요시한 것. 교외 주택에서 처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파트에서 하지 못한 많은 일, 즉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에 방해받지 않고 바깥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남편의 마음에 감동해 가족을 위한 특별한 감성이 담긴 처마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끝까지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 외벽 마감재. 처음에는 송판 노출 콘크리트를 최종 마감으로 하는 콘크리트 주택을 구상했다. 하지만 건축주의 예민한 피부를 위해 아파트 환경과 다른 친환경적인 자재를 사용하는 집을 짓고자 목조 주택으로 변경했다. 물론 목조 주택이 친환경적일 수는 있으나 마감재가 그렇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실내에는 원목이나 최고 등급의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반대로 외장재는 벽돌을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 건식 공법의 목조 주택에 습식 공법의 벽돌 마감재를 혼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두 공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지진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단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시공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목조 주택이 가진 가벼움을 벽돌의 무게감으로 보완하고자 한 면도 있고, 유지 관리 면에서 벽돌이 상당히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화리카노에도 이 같은 이유로 외장재에 벽돌을 썼다.

같은 형태의 집을 지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면? 같은 형태의 집은 개인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지만 굳이 한다면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보고 싶다. 주제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마감 품질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 창의 개구부 높이를 천장까지 늘려서 풍경을 향한 개방감을 더 키워보고 싶다.

건축가로서 얄밉도록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집을 떠올린다면? 일본의 UID Architects에서 2009년에 완공한 Atelier-bisque doll이라는 공방 주택. 단순한 형태의 외벽 테두리와 조경과의 조화가 상당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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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마당 집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김창균(유타건축사사무소)
건축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30대 중반의 건축주 부부는 도심의 아파트 생활보다 여유로울뿐더러 자연과 동네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파주에 땅을 구입했다.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방 같은 열린 공간이 있는 집을 원했다. 거실을 중심으로 닫힌 실내 생활을 하는 게 아파트라면 ‘사이마당 집’은 조금씩 성격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놀이터 같은 내부 공간과 마당을 가진 넓은 느낌의 집이다. 사용 빈도가 가장 낮은 안방을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있는 대청마루를 통해 본채와 분리했다. 그리고 건축주의 요구대로 구들과 굴뚝을 설계했다. 대청마루는 주변 자연과 마당에 열린 상태로 바람과 시선이 통하게 했다. 지붕은 투명한 유리로 처리해 하늘을 보고, 비나 눈이 올 경우엔 아이들이 뛰놀거나 빨래를 널 수 있는 마당 역할도 하게 된다. 또 동남쪽 마당 전면의 툇마루와 연결되어 가족은 물론 이웃들도 언제나 쉬다 갈 수 있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집 이름이 사이마당 집이 되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대청마루로 분리된 집의 주요 영역은 2X6 경골 목구조를 드러내 활용한 책꽂이를 품은 계단을 이용해 세 아이의 방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또 자연스럽게 생기는 단차를 통해 가장 높은 아이 방 하부를 주방과 시각적으로 직접 연결되는 놀이방 겸 가족실이 되도록 했다. 하부 가족실은 외부로 열린 툇마루로 텃밭과 연결하고 주변 풍경을 담는 작은 마당이 되도록 했다. 골목길 놀이터와 같은 계단식 구성을 통해 가족은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고, 때로는 영화를 감상하는 객석이 될 수 있다. 계단 제일 위쪽은 다락 공간을 활용하여 엄마를 위한 작은 서재를 만들었다.

가장 고민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작은 거실을 마당 쪽에 작은 창을 내고 사이 마당인 대청마루로 확장해 열리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햇빛과 그림자, 바람 등의 변화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주변과 호흡하게 했다. 전체적으로 창은 크지 않되 다양하게 구성해 아이들과 건축주의 키 높이를 고려해 근경 및 원경이 집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더불어 작은 창들은 규칙적이지 않게 배열해 지붕 및 흰색 벽체와 함께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나는 집이 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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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리슈리 하우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신현보, 김도란, 류인근 (디자인밴드요앞)

건축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쇼리와 슈리라는 애칭을 가진 두 아이의 부모가 찾아와 아이들을 위한 집을 지어달라고 했다. 특이한 점은 우리가 1년 전 설계한 ‘YENE house’에 거주하던 가족이 바로 건축주가 됐다는 것. 작은 투 룸에 거주하며 전세금과 토지 구입의 기회비용을 활용해 아이들을 위한 집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건축주는 아이들을 위한 작지만 재미있는 집을 원했고, 넓은 다락과 테라스 그리고 채광과 프라이버시 모든 면에서 두 아이를 주인공으로 생각하며 계획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채광이다. 남쪽으로 길게 인접 대지와 닿아 있는 까닭에 설계할 때부터 남쪽 주거를 예상했다. 1층 거실을 사선으로 배치해 빛이 잘 들게 하고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도 잘 보이게 했다. 거실 뒤편의 부엌부터 다용도실의 보조 주방, 화장실과 샤워실은 일렬로 배치해 설비 공간을 단순화했다. 2층에는 안방과 두 아이의 방이 있는데 아이들 세탁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세탁실을 2층에 뒀다. 넓은 테라스도 확보해 빨래를 건조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2층에도 가족실 개념의 거실을 두어 공용 책상에서 같이 책을 읽기도 하고 컴퓨터 작업도 할 수 있다. 큰아이 방에는 테라스가 있는데 이곳에 바닥 비밀 통로가 있다는 걸 큰아이는 아직 모른다.

중간에 수정한 부분이 있다면? 1층의 필로티 공간은 원래 주차장 자리였다. 나중에 건축주가 아이들에게 그네를 태워주고 싶다고 해 바뀌었다. 결국 1년 뒤 이곳은 낮에는 아이들 놀이터로, 저녁에는 주차 공간으로 역할을 달리하게 됐다. 

건축가로서 얄밉도록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집을 떠올린다면? Maison bordeaux / OMA.
 

 


에디터 이재림

출처 루엘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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