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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포트레이트

<루엘>과 가까이 지낸 인물 사진 전문 포토그래퍼들에게 물었다. “당신 자신이 피사체가 된 사진 중에도 좋아하는 것이 있는가?” 짧은 인터뷰와 한 장씩의 사진을 돌려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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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어셔 | Bruce Usher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촬영한 사진인가? 오직 이 기사를 위해 새로 촬영한 셀프-포트레이트다. 니콘 D700과 50mm 렌즈를 사용했는데, 왼 손으로 면도하며 오른손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엄청나게 힘들었다.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건 내 평생 최초의 셀프-포트레이트다. 아 주 감상적이게도, 8년 전쯤 전 여자친구가 면도하는 나를 촬영했던 것에 서 영감을 얻었다. 팔이 짧으니 정확히 같은 앵글로 촬영할 수는 없었다. 이 사진은 당신의 어떤 면모를 잘 담고 있을까? 내가 허영으로 찬, 자의식 과잉인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 만한 사진을 찍으려 한 것이니까. 사진은 본래 컬러로 촬영되었는데, 피부 의 붉은 톤과 욕실 벽의 컬러가 사진을 너무 밋밋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흑 백으로 만든 다음에 5분 정도 이리저리 갖고 놀며 보기 좋게 만들어봤다. 반대로, 어떤 면에서 실제 당신과 다를까? 머리칼과 눈은 똑같다. 셰이빙 크림이 좋은 마스크가 되긴 했지만. 당신이 인물 사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이 사진에도 적용되었 는가? 내가 인물 사진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일종의 감 정적 커넥션을 불러일으키는 무엇인데, 셀프-포트레이트에서 그걸 구현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일 것이다. 물론 1950~1960년대 뉴욕에서 활동 한 비비안 마이어 같은 포토그래퍼는 이안반사식 카메라를 허리 높이에 두고 창틀에 비친 자신을 찍어 정말 놀라운 사진들을 남기기도 했지만. 당신은 왜 인물 사진을 좋아하는가? 매혹적이고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나 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니까.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예쁘고 멋지게 찍는 데 에는 관심이 없다. ‘재미있게’ ‘다르게’ 남기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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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리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촬영한 사진인가? 2011년이었을 것이다. 포토그래퍼 송곳이 자신이 사용하는 자동 필름 카메라로 촬 영해줬다. 그때 친구들과 ‘공간413’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웹사이트를 만들며 프로필 사진 명목으로 촬영했을 것이다.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매체에서 프로필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면 나는 늘 이 사진을 보냈다(그런데 거의 채택이 안 된 것 같다). 아주 사실적으로 못생기게 나왔지만 나는 ‘잘’ 못생기게 나왔다고 생각해서 좋아한다. 못생기게 나왔는데, 잘 나왔다. 나 만 알아챌 수 있는 것이지만, 당시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사진 안에 잘 남아 있다. 이 사진은 당신의 어떤 면모를 잘 담고 있을까? 누구나 그렇듯 내게도 다양한 면모가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까 불고 어수선한’ 면이지만 그런 모습은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기가 어렵다. 이 사진에는 그게 잘 담겨 있다. 만난 적 없는 누군가 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고 ‘김보리’라는 사람을 판단하게 하면 십중팔구 ‘김보리는 못생겼고, 웃긴 사람일 것 같다’고 생각할 것이 다.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내 인생에 좋은 영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어떤 면에서 실제 당신과 다를까? 앞서 말했다시피 사람들 앞에서 까부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한다. 부끄럽고 쑥스럽 다. 사람들을 웃기고 싶고, 재미없는 말장난이 자주 떠오르지만 정작 내뱉진 못한다. 오히려 ‘말이 원래 그렇게 없으세요?’ ‘차분하시네요’ 같은 말을 주로 듣는 편이다. 그것도 좋은 면모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이 인물 사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이 사진에도 적용되었는가? 내가 인물 사진을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이것이 이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인가?’ ‘어떻게 하면 거짓을 섞지 않고 이 모습을 효과적 으로 보여줄 것인가?’ 그런 요소들이 사진에 적용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 만 ‘아름다움’은 ‘예쁨’과 동의어가 아니며, 이 사진은 과거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또렷이 기억하게 만들기에 나는 이 사진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신은 왜 인물 사진을 좋아하는가? 인물 사진을 찍으려 뷰파인더 안을 들여다 볼 때, 그 상(像)에는 찍히는 사람의 최고 젊은 시절과 최고 늙은 시절이 동시에 비친다. 그렇기에 고민 끝에 셔터를 누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의 몸 과 표정은 늘 이중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이 점이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그리고 무척 소중하다. 그래서 그런지 의뢰인에게 결과물을 보내면 다들 그런 이야기를 한다. “기 분이 이상하다. 이게 나인가 싶어서 계속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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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이체 | Vijce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촬영한 사진인가? 최근 일본을 여행했는데, 도쿄에 있는 동안 찍은 사진이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에 비친 내 모습을 아이폰7 플러스로 촬영했다.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가진 모든 자화상 중에서도 이 사진이 나의 ‘컬러풀’하 고 에너제틱한 영혼을 가장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근에 찍은 내 자신의 모습이라 그런지 이 사진을 볼 때면 내 자신을 잘 느낄 수 있기도 하고. 이 사진은 당신의 어떤 면모를 잘 담고 있을까? 이미지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엄청난 양 의 색상은 내 컬러풀한 영혼을 표현한다. 그리고 내 안의 ‘스크래치’(엘리베이터 금속 로프 들)는 우울증으로 인한 내 정신적 상처들에 대해 보여주며, 형태의 추상성은 ADHD(주의 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보여준다. 내 안의 겨울과 여름을 모두 보여주는 셈이다. 당신이 인물 사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이 사진에도 적용되었는가? 내게 셀 프-포트레이트란 특정한 계획이나 의도를 갖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 자신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질 뿐. 내 사진에 내 자신을 쏟아 부을 수 있는 특정한 상황에서 말이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가? 정말 싫어한다. 특히 연출된 사 진일 때는 더더욱. 찍히는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로 촬영한 사진은 진실되지만, 내 게 그 외의 모든 인물 사진은 어떤 식으로든 가짜처럼 느껴진다. 당신은 왜 인물 사진을 좋아하는가? 가장 아름다운 인물 사진은 사랑에 뿌리를 두고 있 다고 생각한다. 사진에서 피사체의 영혼을 보여주려면 피사체와 사랑에 빠져야 한다. 결 국 사진은 눈과 심장, 영혼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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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혜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촬영한 사진인가? 지난 3 월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던 중 찍은 사진이다. 남편과 함께한 여행길에 독립을 준비하며 유럽 여행 중이던 (당시) 어시스턴트 현구가 합류했는데,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던 찰나에 그가 촬영했다.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행 중 가장 좋았던 마 을인 세이디스 피오르의 풍경이 예쁘게 나왔다. 내 기 억 속의 아이슬란드는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순간순간이 정말 특별했는데, 이 사진이 그 느낌을 담고 있다. 그리고 사진 속 내 표정을 보면 아이슬란 드를 여행하면서 즐거웠던 기억들이 생각난다. 내가 좋아하는, 가장 편안해하는 사람들과 떠난 여행이라 의미가 깊었다. 이 사진은 당신의 어떤 면모를 잘 담고 있을까? 스튜 디오에서 함께 일하면서 서로를 찍고 찍힐 일이 많았 는데, 그래서인지 그들의 사진에서 나는 가장 나답고, 즐거웠던 순간이 여과 없이 담겨 있다. 당신이 인물 사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이 사진에도 적용되었는가? 꾸며낸 표정이나 몸짓을 포 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을 포착하는 것. 물론 이 사진도 그런 느낌이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가?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일기를 써서 보관하듯,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의미의 촬영 은 마다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게 되었을 경우를 생각해, 여의치 않을 때에는 휴대폰으로라도 많이 기록해두는 편이다. 당신은 왜 인물 사진을 좋아하는가? 인물 사진 촬영 에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온갖 변수가 있다. 그날의 날씨와 음악, 찍히는 사람과 찍 는 사람의 미묘한 감정 상태, 그게 오가는 순간은 늘 예상을 벗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인물 사진의 매력이 다. 같은 순간 100컷을 찍어도 100컷 다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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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레상 | Marc Ressang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촬영한 사진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마친 후 동료가 아이폰6로 촬영했다.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인생의 한순간, 좋은 장소와 좋은 시간을 잘 보여준다. 그리 고 조악한 품질의 사진임에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유추하 고 싶게 만드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 촬영 당시의 이야기는 십중팔구 상상보다 더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함구하겠다.) 사진 속의 당신은 어떤 면에서 실제 당신과 다를까? 나는 보통 일할 때 일반적인 서구 복식 을 입는다. 당신이 인물 사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이 사진에도 적용되었는가? 내가 촬영한 인물 사진 안에는 아주 독특한 요소, 피사체나 상황이 있어야 한다. 이 사진에서는 ‘아주 독특 한 업무 환경에서의 내 자신’이 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신은 왜 인물 사진을 좋아하는가? 놀라움 혹은 신비로움의 요소가 늘 있으니까.

 

 


에디터 오성윤

출처 루엘 201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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